Thoughts on Evil I (악에 대한 고찰 I) - Korean
- Gooya Yo
-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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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과도 같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산아제한 정책을 할 정도로 인구가 증가하던 당시 우리 마을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생껄(우물이 있는 곳 '샘골'이라는 말의 경화 발음이었을거다)이라는 곳에 방과 후 아이들이 모이면 항상 수십명 넘는 그룹이 되어 웃음소리, 재잘거림 가끔은 비명소리가 섞여 왁작지껄했었다. 해질무렵까지 이어지는 매일의 모습이었다.
누구하나 대차게 모나지도 않았고 소박한 마을의 정경처럼 아이들 심성도 순박해서 함께 모이면 그 흥이 남달라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었다.
시골 아이들은 날다람쥐처럼 재고 빠르다. 고무줄 놀이나 오징어 놀이를 할라치면 작고 호리한 몸들이 공중을 날라다니는거 마냥 움직임이 현란했다.
그 중에서 가장 통통하고 굼띄었던 나는 놀이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 그래서 그냥 이 편, 저 편 다 끼어주는 깍뚜기가 항상 내 차지였다. 무슨 놀이를 하더라도 1분 이상 버텨내지를 못하고 죽었다. 잘 익은 감자처럼 동글하고 통통한 얼굴로 웃거나, 아이들의 재주에 놀라서 함성을 지르거나, 그도 아니면 조용히 있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내 서열이 되었다. 뭔가를 주장하거나 의견을 내는 쪽이 아닌, 수긍하고 골목대장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 말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공정했으며, 정이 있었고, 같이 있으면 놀이에 적극적으로 끼지 못해 따분했지만 즐거움이 더 컸다.
은주는 예쁘장하고 몸도 날래고, 똑똑해서 당시 또래 중 리더였다. 살짝 약기도 해서 우리집 장난감이 은주네 집에서 보이면, 둔했던 나는 '신기하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도에서 생각이 멈췄었다.
엄마는 은주가 못된 구석이 있다고 지나가는 말로 흘렸지만 학교에도 들어가기 전, 강아지마냥 생각이 둔했던 나는 엄마는 잘 모르고 저런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국민학교(당시의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우리 마을의 이 또래들은 더 신이 났다. 인근 마을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무리였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재고 똑똑해서 그 학년 아이들 중에서도 중심이었다. 공부도 잘 했던 은주는 부반장이 되었고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도 더 많아졌다. 그런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마을에서 학교까지는 오리, 지금으로 치면 2km 조금 안되는 거리였다. 아이들 걸음으로 삼십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그 길을 오가며 무료해지면 오디도 따 먹고, 무우서리도 하고, 공기 놀이도 하고 지루함을 채울 무언가가 항상 있었다. 웃고 놀라고 신나는, 크고 작은 모험들이 빼곡한 하교 길이었다.
'내 가방 누가 들어 줄 사람?'
은주의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명의 아이가 은주의 가방을 받을려고 잽싸게 손을 내밀었다.
'가방이 무거운가?'
대수로운 일이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꽤 먼 길을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은주의 가방을 들고 걸었다. 나도 은주를 많이 좋아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기에 그 가방을 한번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 후로 하교길 은주의 가방은 아이들이 번갈아 드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거기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부터 다들 엎드려서 기어!'
아직 집에 가려면 20분은 족히 가야하는데 은주의 이 말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화는 나지 않았다.
은주를 빼고 열명이 넘는 아이들이 흙바닥에 엎드려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어가는 중이었다.
'너하고 너하고는 가시나무 들고 앞 뒤에서 제대로 안 기는 아이들 때리면서 와!'
은주하고 좀 더 친했던 아이 두명이 가시나무를 꺾어서 앞 뒤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우리들을 채근했다. 그래도 때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지만 뭔가 새로운 놀이인가 이 정도로 생각을 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기어갔다.
다른 어느 날,
'나 걷기가 그러니까, 너희들이 다 나를 들어봐!'
몸이 호리호리했던 은주를 열명이 넘는 아이들이 둘러싸서 헹가레를 하듯이 들었다. 강강수월래처럼 빙글빙글 돌며 우리는 조심스레 은주를 들고 움직였다.
'나 이거 안할래. 집에 먼저 갈게!'
시큰둥해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무리를 떠나 혼자 잰 걸음으로 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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